번
사실 다른 내용으로 썼었는데요. 그건 경유지인 공항에서 현재와 주연이 마주친 뒤에, 크리스마스 날 재회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내용으로 한 오천자를 써두고, 야간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했어요. 온앤오프의 모스코 모스코를 듣다가 무슨 신내림받은 사람처럼 이 소재가 떠올라서, 앉은 자리에서 엔딩을 뺀 플롯을 모두 정했습니다. 앞서 써둔 글의 분위기나 우연 같은 운명이란 소재는 이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앞선 글은 언젠가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있는 주연이의 모습, 그 상상 하나로 이 글 전체를 끌고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는 김사월의 설원과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를 한참동안 돌려 들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러시아가 소재 중 하나로 등장하는 것이 괜찮을까 그것도 고민이 되었지만, 러시아의 역사 안에서도 주변화되었던 삶을 다루는 것이니 정당화의 맥락이 아님을 이해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글 속 현재는 참 갓성이지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다루다보니 더욱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나약한 사람인데, 그런 나약함이 사람을 사랑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의 나약함을 기꺼이 보여주고 사랑하는 연말이 됩시다! 독소리가 되어 용기를 내어보기도 합시다!
이런 멋진 합작을 열어주셔서 감사하고,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밀쥬러의 로맨틱함에 눈물을 흘리다. 소재 거리 무한제공으로 저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미립님께 특히 큰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모두들 사소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